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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바꾸고 싶을 때마다 나는 먼저 목표를 세웠다.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운동하기, 공부하기처럼 원하는 결과를 정하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처음의 의욕은 오래가지 않았고, 계획이 흐지부지될 때면 늘 의지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했다. ==지속적인 변화는 더 크고 선명한 목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괜찮습니다. 전 흡연자가 아니거든요.”

담배를 권유받았을 때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흡연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같은 행동을 한다. 둘 다 담배를 거절한다. 그러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여전히 자신을 담배를 참는 흡연자로 여기지만, 후자는 이미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으로 자신을 규정한다.==

이 짧은 대답을 읽는 순간 머리가 번쩍했다. 나는 지금까지 행동과 결과를 바꾸려고 했을 뿐, 한 번도 정체성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주니어 개발자라고 생각했다. 경력에 맞는 표현이었지만, 그 정체성이 오히려 내 행동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고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일은 시니어 개발자의 몫이고, 나는 주어진 기능을 잘 구현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고 선을 긋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경력상의 호칭과 별개로 시니어 개발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행동해 보려 한다. 이미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고 믿거나 부족한 점을 외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의 일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맥락을 살피고, 당장의 구현뿐 아니라 장기적인 운영과 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민하는 사람==으로 나를 규정하겠다는 뜻이다. 데이터베이스의 쿼리를 한 번 더 살펴보고, 장애의 원인을 기록하고, 선택의 근거를 동료와 공유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시니어 개발자라는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책에서 말하듯 습관은 결국 어떤 사람이 ‘되는’ 일이다.== 정체성이 행동을 만들고, 반복된 행동은 다시 정체성을 강화한다. 변화의 첫 질문은 “무엇을 이룰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여야 한다.

목표보다 시스템

목표는 방향을 알려주지만, 그곳까지 데려가는 것은 시스템이다. 좋은 결과를 원하면서도 매번 같은 방식으로 실패한다면 노력의 양보다 먼저 일상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나쁜 습관이 계속되는 이유도 꼭 변화하려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변화하기 어려운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이 관점은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도 바꿔 주었다. 예전에는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곧바로 의지력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이제는 “왜 하지 못했을까?”에서 멈추지 않고 “하기 어렵게 만든 마찰은 무엇이었을까?”라고 질문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행동은 시작하기 쉽게 만들고, 나쁜 행동은 시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이 필요하다. 공부할 내용을 미리 작게 나누어 두고, 작업을 마치기 전에 다음에 할 일을 적어 두면 다시 시작하는 데 필요한 힘이 줄어든다. 반대로 집중을 방해하는 알림이나 유튜브는 손이 닿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매번 의지력을 끌어내기보다 올바른 선택이 자연스러워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오래가는 방법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도 쌓이고 있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개념은 ‘잠재력 잠복기’다. 온도가 영하 1도까지 오르는 동안 얼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마지막 1도가 더해져 0도가 되는 순간, 그동안 축적된 변화가 비로소 눈앞에 드러난다.==

공부도 이와 비슷하다. 새로운 개념을 읽고 코드를 따라 작성해도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의미 없다고 단정하고 그만두기 쉽다. 그러나 성장은 어느 한순간의 극적인 전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보이지 않는 기간에도 계속된 작은 반복에서 나온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생각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자주 반복했는지다. 하루에 몰아서 오래 공부한 뒤 며칠을 쉬는 것보다, 작은 단위라도 계속 읽고 작성하고 설명하는 편이 행동을 자동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번 계획을 놓쳤다는 이유로 그동안의 성과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 역시 필요하다.

마치며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좋은 습관이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습관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매일 한 표를 던지는 일이다. ==한 번의 행동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지만, 같은 선택을 반복할수록 그 정체성은 분명해진다.==

그래서 먼 미래에 무엇을 얻을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 시니어 개발자다운 선택을 하나 했는지, 그 선택을 내일도 반복하기 쉬운 시스템을 만들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작은 행동이 당장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지 않더라도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내가 유지한 습관이 내가 어떤 개발자인지를 말해 줄 것이다.

참고

  •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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